#새벽
있잖아, 유진아.
새벽이 와도 아직 잠에 들지 못한 까닭은
오늘따라 유난히 밝았던 달 때문이었을까.
늘 듣던 가요, 제이팝 플레이리스트에 지친 까닭은
바람, 햇살, 새, 귀뚜라미 소리 같은 자연이 그리워졌기 때문일까.
남들은 전부 눈을 감고 꿈나라로 떠났을 시간
자동차를 타고 쌩 지나가는 저 사람은 무슨 할 일이 있어 저리 바삐 가는 걸까.
#세상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도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꽤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거겠지.
왠지 오늘따라 냉장고의 쿨러 소리가
선풍기의 날개 소리가 슬픈 울음소리로 들린다.
나는 오늘도 이 슬픔을 한껏 키워서 온 주변에 물들인다.
이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이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같이 지낸 지도 수년이 지난 것 같다.
그래, 너의 이름을 묻진 않을게.
가끔씩 내가 가족의 소중함을 잊을 때
사랑했던 사람의 빈자리가 채워져 갈 때
눈물 흘리는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할 때
그럴 때만 잠깐 들어와 내 마음에 노크해 주기를.
#죽음
나도 죽는다. 그대도 죽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죽는다.
너와의 관계도 키우던 반려동물도
내가 살던 이 지구도 우리를 따뜻하게 비춰주던 태양도
전부 사라진다.
긍정과 부정, 이런 건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다.
사라진다는 것이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 짓지 못하기에.
우리는 모두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긴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를 기억해 줄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지구를 파괴하면 좀 어때
동물을 도살해서 고기를 먹고
플라스틱을 많이 써서 바다 생물들이 좀 죽고
지구를 뜨겁게 만들어서 이상기후도 좀 생기고
그렇게 되어버리면 좀 어때.
인간들이 좀 빨리 멸종해 버리면 어때.
천 년 후에 멸종하나 만 년 후에 멸종하나 다를 것이 없지.
우리 모두의 끝은 '죽음'이니까.
아마 나라면, 죽기 전에 이런 생각만 좀 들지 않을까.
'서울에서 20년 살다가 돈 벌러 경기도로 혼자 내려간 것도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남들은 시간을 버린다는 군대, 그 20개월도 나름 재미있었어'
'먼 거리 왔다 갔다 할 때 [지하철]이라는 걸 잘 이용했어. [비행기]도 좋던걸'
'영국에서 살다 온 1년,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인 것 같아'
'문명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덕분에 편하게 잘 살았는걸'
'지구? 그래, 지구에서 잘 살다 가지. 살기 괜찮았어. 따뜻했잖아'
그리고 눈을 감겠지.
그렇게 죽는 거야.
살아왔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로 그렇게 죽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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