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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5년

하늘

by EugeneChoi 2025. 5. 30.

- 어디야?

- 하늘.

- 거가 어디고.

- ...어디라고 말할까-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하늘이 보여서. 



우리들이 살아 숨 쉬는 곳.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곳.
까만 우주와 푸른 우주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곳.
나는 하늘에 있다.

요새 일기가 뜸했다.
잘 살고 있다는 의미겠지.
요새는 슬프지 않았나.
아니. 이따금씩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슬펐지.

나의 슬픔은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감정은 전염되기에, 그래서 남들이 슬프지 않기 위해.
어차피 나의 슬픔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기에.

혼자 간직하고 혼자 끌어안는 것이 맞다.
슬픔은 약점만 될 뿐이다.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우리 형제들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오직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어머니는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느닷없이 태어나버린 나.
어느 순간 세상에 태어나버린 나.

여전히 마음이 살아있는 나는
건들면 툭 터져버릴 것 같은 연약한 마음의 나는
오늘도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꽃과 같은 마음으로.
풀잎과 같은 마음으로.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대로.
모르는 새 씨앗을 뿌리고
겨울 속에서 긴 잠을 자고
다시
다른 풀로서
다른 꽃으로서
새로운 삶을 사는 초록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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