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거리 포장마차에서
웰빙 녹차호떡을 만들어 파는
언니같은 황보혜자님.
여러해 만남을 이어 오다 보니
이제는 자매같은 서로의 마음들이다.
웬지 오늘은 함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밤8시까지만 장사를 하고
디엔제이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몇일 전엔 선배님들과 이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황보혜자님과 추억을 만들고 있다.
유일하게 묘법연화사와 여러해를 변함없이 인연을 이어 오는 한 사람.
처음 대사님과의 만남에서
원주로 이사를 가야 되나요?
가지 마시오.
그쪽으로 가면 나중엔 재산 다 없어지고 거지신세 되고 말아요.
...에서 부터 요즘은
포장마차를 팔고 싶은데요
그냥 가지고 계시오
장사도 잘 안되고 힘만 들고 사위 보기에도 모양 빠진다고
시집간 작은딸이 자꾸 그러고 해서..컨테이너 이번 달에 나오면 팔까 하는데요..
그냥 가지고 계시오.
나중에 가면 그때 그 이상한 중이 하는 말 듣기를 잘 했구나
할 때가 있을 거요...로
황보혜자님네 재산 지켜 주시느라 은근 밀당 실랑이로 애쓰신다.
지금껏 컨테이너박스 나오기를 얼마나 애써 기다렸는데
막상 코 앞에 닥쳐 나온다니까 그거 둘러 엎어 없애려고 안달이 나서 야단이라고 하신다.
그럴때마다 붙잡아 주시느라 실랑이를 하신다
팔고 싶은데요..
그냥 가지고 계시오.
장사가 안되는데요..
지금은 누구나가 다 장사가 안 돼서 아우성 들이오
몇백만원씩 몇천만원씩 가게 세금내고 하는 장사들도 거의 다 망하느라 야단들이오.
포장마차는 세금도 안 내고
이래저래 하다보면 대박 날 때도 있을거고
모든게 다 시가 있고 때가 있으니
그냥 가지고 계시오
가만히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큰 딸 까지 시집가고 나면
노후에 부부가 함께 장사해도 좋고
손자들 한테도 내가 돈 벌어서 용돈 줄 수 있어야 좋을 것이요
그러니 멀리를 내다 보고
그냥 잘 가지고 계시면
괜찮을 것이요...로 붙잡아 주신다.
황보혜자님은 딸만 둘이라 못내 서운한 마음이 있다.
허지만 두 딸들이 얼마나 예쁘고 효녀들인지 열 아들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
큰 딸은 믿음직한 아들 역할을 충분히 흡족하게 잘 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한다
큰 딸 지영은 중생들의 생명을 귀히 여기는 보살의 마음이다.
차를 타고 집 앞 언덕길을 올라 가다가
길 가운데 기어 가고 있는 길다란 지렁이를 보면
차를 세우고 내려서
나뭇가지를 찾아 와서
지렁이를 들고
길 옆 풀 숲이나 다치지 않을 저 먼 곳으로 옮겨다 놓고 가는 것이다.
전생에 닦은 공덕이 많은 마음이라고 한다.
두 딸 모두 늦게 결혼해야 하고
늦게 결혼해도 좋은 사람 만나게 될 거라고 하신 대사님 말씀대로
얼마전에 결혼한 작은 딸도
모든 여건이 흡족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다만 삼재에 결혼식을 하게 되어 염려되는 부분이라
결혼전에 미리 부처님께 100 일 동안 지극정성으로
촛불공양 올리고 대사님께서 기도 축원 발원 해 주셨다.
시집가서 큰 장애없이 잘 살기를...
희한하게도 초 4 박스를 공양 올렸는데 마치 맞춤이나 한듯
100일 기도 끝나고도
결혼식 끝나고 외국으로 신혼여행 다녀와서
이바지음식 차에 싣고 시댁으로 들어가는 날 까지
딱 맞춤인듯 촛불을 부처님 전에 밝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잘 사는 건
본인들의 몫이다.
큰 딸 지영은
대사님이 유기견들을 어려운 형편에서도 거두고 돌보아 주시는 것에 대해
스스로 감사한 마음을 일으켜
외국계 큰 광고 회사에 다니면서 애써 버는 본인 한달 월급에서
사료15kg 3포를 아이들이 잘 먹는 것으로 매달 보내 준다
대사님은 또 그 마음이 기특해서 매일 축원해 주신다.
지영은 부모님께 한마디 말을 건네고 올릴때도
참으로 생각이 깊고 갸륵하고 효성스럽다.
황보혜자님은 이렇게 말한다.
내 딸이지만
참으로 내가 무슨 복으로 이런 자식을 얻게 되었는지...
여러 아들 부럽잖은 딸이라고
주위에서 다들 부러워 한다고..
큰 딸 지영도
전생 공덕 깊고 심성 넉넉하고 훤칠한
가문 좋은 집 사람과 걸맞은 배우자 되어
인생이 복되고 아름다운 삶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황보 혜자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장면도 맛있게 먹고 하다 보니
밤10시 영업시간이 끝나간다.
포장마차 옆 채소전에서 팔면서 뜯어 놓은
무우청과 배추잎을 주길래 가져 간다며
한 비닐 포대기를 무겁게 들고 와
카운터 옆에 두었던 것을 안고 나와
어둠 짙은 밤거리 길가 디엔제이 주차장 앞에서
엄마를 모시러 오는 지영이 차를 기다렸다.
불빛들 사이로 지영이 차가 온다.
좀 더 일찍 왔으면 같이 자장면 먹었을 텐데 아쉽네..
옛 이름10번종점을 지나 무수동 굴다리를 지나 딸기원으로 가는 길이라서
덕분에 고맙게도
한참을 걸어 왔어야 할 밤길을
10번 종점까지 같이 타고 와서 내려 주고 간다
밤 길 운전 조심해서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인사하고 헤어졌다.
몇 년 만에 마주 앉아 본
황보혜자님과의
밖에서의 만남자리였다.
2013. 12. 2
관음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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