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アイリ(아이리)
아이리를 처음 만난 건 10개월 전, 2022년 11월이었다.
https://eugene98.tistory.com/45
#연락 자주 했어?
우리는 연락을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어.
아이리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서 우리는 일본어로 대화를 했지.
그런 아이리가 나에게 세 달 전쯤 인스타 통화로 연락을 해왔어.
일본에서 돌아오고 나서 6월에 처음 연락이 왔었으니깐 뭐.. 6개월 만이네.
"8월 말에 뭐 해? 휴가라서 한국에 갈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우리는 8월 말에 만나기로 했지.
#퀸비틀?
아이리는 후쿠오카에서 살고 있어.
후쿠오카 국제여객터미널로 이동한 뒤 배를 타고 부산으로 온다고 하더라.
나는 미리 SRT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고
여객터미널에 2층으로 올라가 입국장에서 아이리를 만났어.
#여행은 어땠는지.
여행이 궁금해?
일단 첫날 점심은 돼지국밥을 같이 먹었지.
아무 생각 없이 주문을 했고 음식이 나오자 몇 숟가락 같이 떠먹었는데
중간에 아이리가 엄청 매워하는 거 있지.
알고 보니 미리 살짝 풀어져서 나온 '다대기'때문이었더라고.
나는 다대기때문에 매웠던 적이 없었기에
아이리가 이걸로 매워할 줄은 예상도 못했거든.
다행히도 가게 사장님께서 맵지 않은 육수로 다시 주셔서
아이리는 "카라이"에서 "오이시이"로 바꿔 말했어.
물론 표정도 다시 밝아졌지.
그 이후로 어떤 음식을 시켜도 맵지 않은 걸로 주문하게 되었어(웃음).
여행 동안 비가 많이 내렸고 조금만 뛰어도 땀이 날 정도로 엄청 습했어.
케이블카를 타러 갔을 때는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지.
천둥번개도 막 쳤다고.
해상열차도 타고 올리브영, 이니스프리도 구경하고
저녁으로는 삼겹살, 소맥을 같이 먹었어.
아, 아이리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한국식 이자카야도 같이 갔었어(그냥 대학생들 많이 다니는 술집임)
먹는 것과 놀고 바다를 걷고.. 이런 것도 좋았지만
우리는 주로 대화를 할 때 많이 웃었어.
내가 일본어로 농담을 치고 아이리가 재밌게 웃고
또 아이리가 장난을 치고 내가 쑥스러워하고 그런 거.
그냥 재미있었어. 같이 있으면 편하달까.
원래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랑은 100%까지 편하진 않았는데
아이리는 성격도 털털하고 잘 웃어서 그런지 이야기하는 게 무척 재미있었거든.
#헤어질 때는 어땠어.
이별이라..
아이리는 다시 퀸비틀을 타고 일본 후쿠오카로 떠났어.
2박 3일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입국장으로 향하는 아이리의 뒷모습을 보니
혼자 가방을 메고 남겨진 내 모습이 더욱 외롭게, 선명하게 그려졌어.
같이 손을 잡고 허그를 했던 시간이 있어서 그런가.
역시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아.
하지만 괜찮아. 나는 외로움, 슬픔이 좋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헤어질 때조차도 장난을 쳤지.
나 :
また明日、、じゃなくてまた来年?また再来年?
(내일 보자.. 가 아니고 내년? 내후년?)
아이리 :
うるせーよ(笑)
(조용히 해 ㅋㅋ)
#가장 기억나는 추억은?
글쎄...
바다에서 같이 손 잡고 걸었을 때, 그렇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큰 비가 쏟아져서 다 젖어버렸을 때.
같이 소맥을 마시고 서로의 인생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
신발을 벗고 해변을 걷는데 큰 파도가 들어와 걷어올린 바지단을 적셨을 때.
날이 어두워지고 해변가에서 '발 씻는 곳'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녔을 때.
내가 천 년 이상 살아왔다고 말하면서 장난쳤을 때.
아이리가 배를 타고 떠날 때 멀리서 서로의 위치를 찾으려고 애썼을 때.
그것 말고도 일본어로 대화하면서 느낀 아이리의 말투, 목소리, 단어 등...
그냥 함께 있었던 2박 3일 전부가 추억이었지.
잊지 못할 거야.
나
泣きそうだよ、やっぱり別れは適応できないんだ
울 것 같아. 역시 이별은 적응할 수 없어.
아이리
1000年生きてるなら別れだっていっぱいあったでしょ?笑
やばい、私も泣きそう
1000년 이상 살고 있다면 이별도 엄청 있었겠지?ㅋㅋ
미쳤다, 나도 울 것 같아.
내년에 보자, 아이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