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오늘은 괜찮았는데.
오전까지 괜찮았는데.
지금은 너무 아프다.
어디가 아프냐고, 마음이.
내 몸 어딘가에, 아니 어쩌면 내 몸 밖에 있을 내 마음이
참 아픈 밤이다.
밤... 밤이라서 그런 걸까.
목이 매어온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왜일까. 왜 갑자기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아니, 아픈 것이 내 마음은 맞을까.
이전과는 다른 답답함과 아픔이다.
예전에는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어버린 아픔이었는데
오늘 나를 찾아온 아픔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픔이다.
어떻게 이 아이를 맞아주어야 할까.
목이 살살 조여온다.
조여오는 느낌이 목을 넘어 귀까지 이어진다.
하아- 하아-
가슴을 내밀며 천천히 숨을 쉰다.
창문을 열어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본다.
아, 더워서 그랬던 것일까.
책상의 밝은 스탠드 때문이었을까.
나는 겨울이 그리웠을까.
또 서럽게 운다.
아침까지는 분명 괜찮았는데.
고요했던 숲에 폭풍이 찾아왔다.
아니, 폭풍은 아닌 것 같다.
조용한 것이 함박눈인 걸까.
천천히 나를 품어버리는 것일까.
#삶
어찌 되어버려도 괜찮다.
오늘 죽어도 내일 죽어도 괜찮다.
나라가 망하든 성하든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이제껏 살아온 내 날들이
너무 부끄럽고 차갑다.
괜히 동생에게 문자를 보낸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형도 그럴까.
동생도 같은 마음일까.
글을 적다 보니 조금 나아졌다.
냄비에 물을 받아 끓이기 시작한다.
스프를 넣고 면을 넣는다.
텐트를 하나 샀다.
불암산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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