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우연히 여자친구의 일기장을 펼쳐보게 되었다.
4월부터 듬성듬성 적힌 그녀의 일기.
절반 정도는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가지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가 나름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와의 있었던 일들 중 상처받았던 일들, 좋았던 일들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세심하게 기록해 두었다.
그녀는 본인의 성장을 위해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는 원래 한 번 이별했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던 나와는 달리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바랐던 여자친구와의 거리감 때문이었다.
또 나는 당장 결혼을 원하지 않았고
나보다 6살이 많은 여자친구는 결혼을 원했다.
나는 그녀의 재회 요구를 두 번 거절하고 세 번째에 받아들였다.
그녀가 나와 다시 만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나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나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정'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슬픔과 어둠, 우울을 좋아하는 내가
그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평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꽃잎 한 장에 머물렀다가도 순식간에 우주로 날아가버린다.
나도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녀와의 현재'를 살면서 평온해지기 위해 세 번째에 그녀의 요구에 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기내용중
그는 나에게 함께 흘러가는 인연이 아닌 잠시 머무르고 싶은 사랑이었나 보다
머무르고 싶은 사랑이라.
..마음이 가라앉았다.
저 아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까만 심해다.
무언가 위에서 나를 누른다.
이런 감정은 정말 오랜만이다.
사람 마음이 이렇다. 차갑다가도 따뜻하고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남이 되고.
우리는 슬플 거야.
많이 슬플 거야.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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