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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음식은 손맛 (2013.09.21.)

by Yujin Choi 2024. 12. 26.

 

음식은 손맛

 

이번 추석에
송편을 만들면서 느낀바가 크다.
물론 햇 아끼쌀이라 좋기도 했지만
반죽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깨달은 바가 크다.
제일좋은 햅쌀을 밤새 불려서 방앗간으로 보냈는데
빻아 온 쌀가루에는 뭔가 시커먼것들이 섞여와서
고운 채내림하면서 모두 골라내느라 시간이 엄청 흘러가버렸다.
채내림도 잘안되어서 마지막엔 다시 믹서기에 갈아서 채에 넣고 흔들어야 했다.
익반죽을 해서 치대는데 거칠고 힘이 든다.
쌀가루가 들러붙고 부스러지고 반죽을 한 덩어리로 뭉치기 조차 어렵다..
그래도 자꾸 뭉쳐가며 주무르고 하다보면 거칠지만 덩어리가 만들어져 간다

그렇게 거칠고 꿋꿋한 반죽을 힘을 주어 계속 굴려가며 30분이상 치대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에 느낌이 온다.
희한하게 반죽이 말랑하고 야들야들 하게 보드랍게 변화가 오는 것이다
이 느낌이 오기전에 반죽하기를 끝내게 되면
떡이 거칠고 터지고 윤기도 나지 않는다
이 말랑한 변화의 느낌이 손바닥으로 느껴져 오기 시작하면
이때부터는 반죽이 자유롭게 자동으로 돌아가며 쉬이 굴려지고
손가락의 힘도 덜들어 가면서 쉽게 잘 된다.

떡은 반죽이 참 중요하다.
한참을 더 주물러서 비닐로 덮어 두었더니
마르지도 않고 숙성이되는가 조금씩 떼어서 송편을 만드는데
그 느낌 또한 폭신하니 떡만들기도 좋다.
떡을 찌면 윤기가 졸졸하고 반들반들하고
하나도 터지는 것이 없다.
반죽할때의 그 느낌이 왜 그랬었는지 몰랐었다.
음식은 손맛이라는 말만 알았었지
그 깊은 이유는 몰랐었다.
반죽의 변화
그 사람의 손으로 전해지는 기운의 조화이다.
쌀가루 반죽에 자꾸 더해지는 그 사람의 기운이 모여 함께 응결이 되고 뭉쳐지고
결국엔 떡만드는 사람의 기운에 의한 변화인것이다.
그러니 음식은 손맛이라는 말이 정답이다.
하여 송편을 송편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그냥 송편 맛일 뿐이나
송편 맛은 사실 천차만별이요
절대 같을 수가 없다.

모든 음식이 다 그러하다.
만든 그 사람의 기운에 따라서
쓰고 달고 떫고 싱겁고 짜고 오미뿐만이 아니라
선하고 부드럽고 고소하고 독하고 악하고 무섭고 거칠고 포악하고 예리한 맛
도 닦은 맛 도를 닦지 않은 맛...
현 상황 그대로의 맛이
송편 하나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다.
반죽이 잘 되지 않아 거칠게 터지는 것과 같은 맛
마치 수행자가 옷만 갖추어 입었으되 도력이 없는 것과 같은 맛과 모양
그래서 더 깨닫는 바가 크다.

좋은 음식이란
같은 재료에서 맑고 깨끗한 기운의 맛이라야 한다.
사람들은 특별하게 좋고 맛난 요리를 찾아
사방으로 힘들여 시간과 발품을 놓는다.
공기 좋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잘 자란 식재료들을
선한 기운 부드럽고 도를 많이 잘 닦은 잡념이 없는 기운
청정하게 맑고 맑아 욕심도 없고 아픔도 없고
탐진치에 얽힘이 없는
회광반조 허령 불매한 청정기운만으로
잘 조화가 된 일품요리여야
그야말로 현대인들이 찾는 웰빙시대 웰빙음식들 
우리들이 발품 들여 헤메어 찾는 그 맛
심신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음식이요 손맛일 것이다.
문제는 그 맛을 또 음미 할 수 있음이다.
그냥 맛난 음식이려니 하고 먹기만 하면 그 뿐일 것이고
그 음식에 스며든 여러 모양들의 기운 맛을 음미할수 있음 또한
청정한 맑은 기운이어야 함인 것이다.

한가지 음식을 통해
만든이의 모두를 감지할수 있음인 것이다.
증득한 지혜는 증득한 자만이 알 수 있을 뿐
다른 이들은 상상불가의 경지이기 때문이다. 
거친 반죽 덩이 같은 나 자신을..아니 아직 반죽 덩이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나 자신을
끊임없이 계속 법화로 뭉치고 치대기 해 가야 함을 크게 느끼는 것이다.
송편 하나를 보고 느끼고 알아지는 지견력
여시상 여시성 여시체..력,작 ,인,연,과보, 본말 ,구경까지 다 알 수 있음임을 긍정케 된다.
자꾸 더러운 것은 골라내고 쓸어내고 닦아내고
떡반죽하듯 부드럽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느낌이 오리란 기정 사실을 두고 오늘도 내일도
게으름 없이 힘든 정진에 인욕을 더해 갈 것이다.
윤기나고 맛난 송편이 되듯이
금빛광명 그날을 위해
아무리 힘들어도 또 일어나는 오똑이 처럼
정진 또 정진..

시원한 추석 연휴 가을 밤 바람이
공부하기가 딱 좋다.
오늘에야 달력을 자세히 보니
추석 연휴에 토요일 일요일까지 긴 연휴임을 알았다.
세인들의 휴일로는 황금 연휴인가보다.
우리 대사님은 추석날에도 쉼이 없으시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인욕 정진을 보시기 위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더 큰 어려움을 시험하시기 때문에
더 높은 도를 얻기 위한 노력에 끊임이 없으신 것이다.
오직 성불도 향하여
정진 또 정진.
우리 견공들도 추석이라 이것 저것 많이 먹고
여섯마리는 신이나서 날마다
대사남따라 박스시주에 부지런히 동참에 앞장선다.
사오정이가 제일 신이나서
일등으로 뛰어나간다

....

밤귀뚜리 소리가 시원타.
허벅지가 따끔해서 살짝보니 새끼 진드기가 붙어있다.
좀 있다가 또 옆구리가 따끔따금해서 손가락으로 긁으려니
역시나 또 새끼 진드기다.
손톱으로 긁어서 떼어내고..
방에 여러 강아지들과 함께 살다보니
씨알같은 벌레들도 진드기들도 엄청 떨어진다
아예 한그릇 쏟아 부어 놓은 것 같을 때도 있다.
풀숲으로 돌아다니면서 얼마나 붙여 오는지..
목욕시켜서 벌레 떼주다보면 하루해가 다갈때도 있다.
벌레들 생각하면 겨울이 나은것도 같고..

......

 
2013. 9. 21
귀뚤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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