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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고추장 만들기 (2013.09.10.)

by Yujin Choi 2024. 12. 26.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 만들기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다.
어려울게 하나없다.
하시면서
대사님께서 가르쳐 주신
고추장 만들기다.
 
9월 1일
군위로 벌초 다녀 오면서
국내산 순수 햇고추 20근을 13만원에 사왔다.
서울서 잘 못 사게 되면
작년 묵은 고추랑 올 햇고추를 섞어서 파는것을 사게 된다.
장사분들은 그렇게 해서 팔아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월요일은
짐풀고 빨래하고 좀 쉬고

화요일은
고추 꼭지 따는데 밤 11시까지 걸렸다.
손톱이 얼얼하다.

다음날 새벽6시에 대사님 들어 오셨으니
이래 저래 밤 꼬박 새우게 되었고
그래도 신나는 바이올렛 선배님과의 데이트는 정말로 즐거웠고
덕분에 고추는 하루 더 잘 말랐다.

목요일엔
고추를 깨끗이 하나하나 닦아서 또 말려서 자루에 담아 놓고요

금요일엔
대사님께서 고물 팔고 오셔서 오후에 고추자루 둘러메고
방앗간 가셔서 빻아 오셨다.
빻는 값은 20근에 18000원이다.
20근에서 꼭지 따고 씨 빼고 하니까
고추가루만 10.5 kg이다.
4.5kg는 김장하고 일년 먹을 고추가루이고
6kg는 곱배기로 더 곱게 빻아서 고추장을 만들 것이다.

대사님께서 방앗간에서
육미된장(고추장담금용된장)3kg...15000 원에 사오셨다.
물엿...9kg 준비해 놓고
마트에서는 소주 참이슬1.8L 1병...4400 원
처음처럼 1.8L 5 병...22000 원에 사오시고
굵은소금...1kg 준비해 놓고
큰 고무통이나 스텐통이나 깨끗이 해서 갖다 놓고
작은 옹기단지 5개 속 말려서 갖다 놓고
큰 주걱 준비해 놓고 시작하면 된다.

*

토요일에
고추장 만들기

*

큰 고무통에
고추가루 6kg 붓고
육미된장 3kg 다 넣고
물엿 9kg 다 넣고
소주 6병 다 넣고
소금 1kg 넣고

***

이제는
힘 센 남자가
골고루 잘 저어주면 된다.

***

여자가 저으려면
큰 나무주걱에 손이 아프고
물엿에 육미된장에 고추가루가 다 풀려 잘 섞이려면 힘드니까
집안에 힘센 남자의 손이 저어야
고추장이 맛있게 된다.
남자가 도와주지 않으면
두꺼운 면장갑 끼고
긴 나무주걱으로 힘껏 마구 저으면 된다.
소금이 다 녹아서 간이 골고루 잘 되고
고추가루가 작은 덩어리들이 없어지도록
육미된장과 물엿 소주 모두가
융합이 다 잘 되게 저어야 한다.

***

작은 옹기단지 4개나 5개에 나누어 담아서 두면
소주알콜로 만들어진 고추장이라서
굳이 뚜껑 열어서 햇빛 쏘이고 하지 않아도 된다.
항상 음식은 알뜰히 해서 그릇에 묻어 나가거나
헡으로 해서 버려지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작은 단지라 하나씩 부엌 한켠에 두고
때에 필요한 만큼씩 떠서 먹으면 참 맛있다.
만들어서 바로 떠서 먹어도 맛있다 
반들반들 달달하니 밥에 나물에 비벼 먹으면 맛있다.
나중에 결이 삭으면 맛이 들어서
더 맛있어 진다.
새콤달콤 초고추장 만들어서 무침도 해먹고 찍어도 먹고
뭘 해서 먹어도 맛이 좋다.
찬물에 밥 말아서 고추장 하나만 있어도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고추장 만들기는
이렇게 쉽다.
도 닦는 이는 특히나 더 시간을 귀히 하기에
일 하는 시간을 자꾸 절약해서 공부하는데 힘써야 한다.
번다한 주변의 일거리들을 자꾸 줄이고
오로지 공부하는데 일념정진 해야 한다.
몸이 원하는 대로
입이 원하는 대로
맛난 것들 부드럽게 만들어서 
이 몸에게 잘 먹여 주다가는
닦아야 할 도는 못 닦고
몸의 노예가 되어
맛에 취해 향기에 취해
일생을 헛되이 보내기가
딱 좋게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타고 난 수명대로 사는 동안에
이 육신 유지 할 만큼만 먹어 주고
부지런히 도를 닦아야 한다.
사람 몸 받아 나오기가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영 부영 하다가는
어느 순간에 어디로 사라져버릴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추장도 쉽게 얼른 만들어 놓고
빨리 부지런히
도의 공부를 해야 한다.
 
나무묘법연화경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일체중생이
속히
불도에 이르러지이다.
 
 
2013. 9. 10
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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