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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2024-11-20

by EugeneChoi 2024. 11. 25.

2024년 11월 20일 12시 29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면회를 갔었다.

병원에 도착하기 20분 전,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상태가 위독하다고. 평소와는 많이 다르다고.
동생은 전화를 받지 않아 형에게 전화가 왔다고.

나는 버스를 타고 병원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곧 도착한다고 말했다.
11시부터 30분 간 본 어머니의 모습은, 형 말대로 평소와 달랐다.
눈을 뜨고 계셨고 숨쉬는 것이 편해보이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숨이 곧 넘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맥박도 일정하지 않았고 불규칙했다.

나는 엄마의 볼을 어루만졌다.
곧 괜찮아질 거예요. 삼형제 전부 어머니 곁에 있어요. 의사 선생님도 어머니 곧 괜찮아질 거래요.

면회 시간이 끝나고 나는 병원 근처에 있었다.
오늘은 병원 근처에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주치의의 말에 출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형이 12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해 면회를 했다.
그런데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리 중환자실로 들어오랜다.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중환자실 문을 열었더니 평소에는 멀리서도 보여야 할 17번 침상이 커튼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깊숙히 들어가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셨다.

형의 얼굴을 보았다. 형은 시선으로 심전도기계 화면을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직선이었다. 숨을 쉬어야 한다는 듯이, 깊은 한숨이 나왔다.
어머니에게로 다가가 얼굴을 마주보았다.
어머니 얼굴은 잔잔한 호수처럼 편안했다.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고 있던 오른팔은 이제는 쉽게 움직여졌다.

어머니의 몸이 차갑게 식어갔다. 
한 시간 전, 면회할 때만 해도 볼이 따뜻했었는데.
죽은 사람 몸이 이렇게 빨리 차가워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마사지했다.
핑크빛이었던 어머니의 손은 노란색으로 변해갔다.
입술도 핏기가 사라져 창백한 도화지색으로 변해갔다.

10kg 무게추를 단 것처럼, 심장이 무거워졌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멈추지 않았다.내가 살아살 수 있도록, 나를 살게 하도록 잡고 있었던 첫번째 두꺼운 줄이 끊어졌다.

*

많이 울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그 눈물은,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어머니가 살아오신 슬픔으로 가득한 삶 때문이었다.

후회를 많이 했다.
더 많이 어머니를 뵈러 갈걸.
더 많이 맛있는 음식을 사드릴걸.
더 많이 어머니께 마사지를 해드릴걸.
드시고 싶다고 하셨던 당뇨식을 사드릴걸.
더 많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드릴걸.
더 많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물어볼걸.
더 많이.. 더 많이.. 아주 더 많이.

후회를 많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병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몰랐다.
어머니도 괜찮다고 했고 동생도 괜찮다고 했다.
한국으로 와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했었다.
어머니가 나를 그렇게 보고 싶어 하셨다는 걸 몰랐다.

아니, 알 수도 있었다.
내가 어머니께 물어볼 수도 있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관짝에 들어가서도 자식 걱정뿐이라는 게 부모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 이렇게 생각이 짧았을까.
왜 이렇게  내 생각만 했을까.
왜 이렇게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걸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던 나는, 왜 그때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했을까.

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엄마가 살아온 삶들이 너무 비참하고 불쌍해서,
단 하루도 몸 편하게 살아본 날이 없어서,
그저 아들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

49재.
49일 동안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 머무르면서 다음에 태어날 곳이 정해지는 기간이라고 한다.
총 일곱 번의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지금 엄마를 만나러 가면 그곳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죽어버린다면 엄마는 잠깐 슬프겠지만,
그곳에서 40일 동안 같이 엄마랑 있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엄마도 많이 행복할 것 같다.
나와 같이 있는다면 엄마도 그곳에서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물어보지 못했던 것, 듣지 못했던 것을 듣고 싶다.
엄마를 만나고 싶다. 엄마를 안고 싶다.
엄마랑 같이 대화하고 싶다.
엄마의 손을 잡고 싶다.
엄마와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같은 곳에서 기도를 하고 싶다.

*

누가 그랬던가.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고.
태어났을 때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마지막으로 나라를 잃었을 때.

그러니깐 좀 울어야겠다.
좀 많이, 아주 많이 눈물을 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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