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막내 유치원 다닐 때였다.
엄마 손 잡고 매일 유치원 오가는 길에
300 년이 넘는 수령의 거목 아름드리 큰 은행나무가 있었다.
막내와 엄마는 매일
이 큰 은행나무 아래서
앉았다가 쉬었다가 때론 재미있게 놀다가
옆넝쿨 새밥열매 따서
흰 속 씨털 함께 불며 멀리 날려 보내기도 하고
예쁜막내 고운 얼굴 많이 만져 보기도 하고
참나무향 가득한 사슴벌레 데리고 나와
달콤한 과일 젤리 맛나게 먹여 주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수북이 쌓인 노란 은행잎들 밟으며
둘이 말없이 걷다가 갑자기
막내가 뒤를 돌아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하는 말
막내 : 어머니! 저 큰 은행나무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소?
엄마 : 글쎄다. 가만히 들어봐야 알겠는걸.
막내 : 그럼 가만히 들어 보시오.
--------뭐라고 하는지.
은행나무: 이보시오 법화 행자님!
-------------나의 이 업이 언제나 벗겨질 것 같소?
-------------오래도록 버티고 서 있음도 심히 괴롭소이다.
엄마 :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다 벗어 지겠지요.
나무 : 부처님께 물어봐 주시오. 어떻게 해야 빨리 벗게 될런지를.
엄마 : 부처님은 법화 수행이 가장 빠르다 하였소.
막내 : 아! 그렇구나. 나도 이제 알겠소.
엄마 : 삼라만상 모두가 제 업 벗느라 야단들이로구나.
막내 : 그러게요.
막내 맘껏 뛰어 놀던 곳.
그 은행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업벗기에
여념이 없다.
나무 묘법 연화경.
2012.1.24
금빛광명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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