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누군가가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기 쉽지 않다.
그저 맘 속에 없는 말로 둘러대면서 응, 아니라고 말할 순 있다.
하지만, 뭐랄까. 자아 사라져 버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누군가 나에 대한 험담을 해도 괜찮다.
골목길에서 나를 치툭 치고 지나가도
비웃거나 놀려도 괜찮다.
정말 괜찮다.
내가 말하는 "괜찮다"의 의미는 내 감정이, 내 마음이 괜찮다는 의미이다.
화가 나거나 짜증나지 않는다.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내 몸이 말해주는 듯하다.
그런 험담과 행동들의 의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나는 길에서 뱀이나 곰, 사나운 개를 만났을 때 몸이 긴장되면서 싸울 준비를 하는 것 같다.
혹은 누군가에게 육체적으로 위협받는 상황 말이다.
- "누군가 너를 죽이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 "나도 그를 죽이려고 노력할 거야"
쉽게 대답할 수 있지만,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살인을 저질렀는데 어떤 벌을 주어야 할까?"
이런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아, 아마도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환경오염을 더럽혀진 지구는 이미 되돌릴 수 없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마음은 그 자신 말고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쉽게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나를 설명하려면 수천 가지를 고려해서 말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테다.
그렇다고 대답을 얼버무리면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볼 것이다.
물론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이야 없지만, 그런 시선조차 귀찮아서,
그런 사람들과 겸상조차 하기 싫어서 나 스스로가 대답을 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러버린 게 아닐까.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깐 생각을 정리한다.
'Diary > 오손도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 생각 없는 삶 (1) | 2024.07.30 |
---|---|
#22 인간의 특징 (0) | 2024.07.18 |
#20 익숙함과 자유 / Familiarity and Freedom (2) | 2024.02.18 |
#19 죽음과 직업 / Death and Jobs (2) | 2024.02.12 |
#18 위로와 사랑 / Consolation and Love (0) | 2024.01.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