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1 [지네한테 물린 날] 산이 초록빛이던 여섯 살의 어느 초여름 날이었어. 엄마와 함께 집 뒤편에 있는 감자 화분을 정리하고 있었어. 옆에는 실외기가 있었는데, 10만 원짜리 에어컨이 뭐 저리 시끄럽게 쌩쌩 돌아가는지. 아니, 저렴한 싸구려라서 저렇게 소리가 컸던 걸까. 뜨거운 실외기 바람을 피해 쪼그려 앉아 쇠숟가락으로 화분을 쏘삭거렸어. 화분 속에서 콩벌레도 나오고 개미도 나왔어. 난 곤충을 손으로 가지고 놀 정도로 좋아해서 무섭지 않았지만, 엄마가 비닐장갑을 끼고 하라고 해서 마지못해 끼고 흙을 정리하고 있었어. 난 맨손이 편한데. 비닐장갑 답답한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흙을 퍼내는데 지네가 나오더라. 까맣고 길다란 몸에 수십 쌍의 빨간 다리를 가진 지네. 그림책에서만 보던 지네를 실제로 본 나는 그게 참 신기했어. 손으.. 2025. 1.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