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날 약초따기
오늘이 입춘이다.
대사님은 고물상 다녀오시는 길에
불암산에 얼른 올라가셔서 약초를 따 오셨다.
이 약초는 서울에만 있어서 다른이들은 잘 모르고
경동 약재시장에서도 구할수가 없는 것이다.
작년에도 시간이 없어서 따 올수가 없었는데
올해는 부득이 급히 따오시는 이유가
영신슈퍼 사장님이 병이 깊어지는것 같아서
대사님이 도와 주시려는 것이다.
약초나무가 많이 없어졌고
약초나무 마른 꽃도 별로 없어서
가지를 꺾어 오셨다.
부지런히 잘라서 들통에 넣으시고
푹 끓여 놓으라고 하신다
영신신슈퍼사장님 목에서 피가 넘어오는데
여러 병원에서 진단 받아봐도 병명을 모른다고 한다.
대사님은 그냥 봐도 훤히 다 아시는데..
여러날 지켜 보시다가
어쩌겠나 내가 도와줘야지 하시더니
오늘 산에 올라가셔서 약초를 구해 오신것이다.
작년 초파일 밤에 천주교인 여러분이 찾아와
대사님께 병을 고쳐주십사고 부탁하고 돌아갔다.
병원도 많고 약도 많지만
병은 더 심해지고 고통이 무척 심하다고 했다.
대사님이 약초 따러 가실 시간이 없어서
지금까지 미루어지고 있다.
그 병에도 역시 이 약초가 있어야 한다.
대사님은 입춘날부터
더 바쁘게 손과 발 다리가 신속하게 움직여지신 날이다.
호박죽을 끓이면서 배우는 마음들
대사님은 해마다 30 여통의 늙은 호박을 따서
호박죽을 만들어 잡수신다.
작년 재작년에는 호박농사가 잘 안되었다.
작년에는 호박이 늦게 열려서 채 다 익지를 못해서 파란 호박을 10 여개 땄더니
겨우내 방에 보관했는데도 얼고 상해서 부지런히 호박죽 끓이느라 바쁘다.
호박속 내장을 깨끗이 긁어내고
작게 썰어서 연탄불에 올려서 푹 삶는다.
내장을 덜 긁어내면 맛이 쓰고 먹을때 씹히는 것이 불편하다.
호박 삶은 물은 따끈해도 좋고 식어도 시원하니 달큰하고 맜있다.
몸의 부기 빼는데 아주 좋아서 해산한 산모에게 좋다.
삶아진 호박을 앞에 놓고 편한 자세로 앉아서
손이 아프지 않을 국자로 오래 저으며 으깬다.
이때 염불해도 좋고..나는 법화경을 외우면서 으깬다.
쉽게 도깨비 방망이로 금방 으깨버리면 호박죽 맛이 덜하다.
미리 물에 담그어 충분히 불려 두었던 찹쌀을
분쇄기로 곱게 갈아서 고운 채에 내려서 익반죽을 한다.
반죽 주므르기를 30분 이상해야 곱고 맛있는 새알 옹심이를 잘 만들수가 있다.
반죽이 덜 주물러지면 옹심이가 거칠고 깨어지고 맛도 머트럽다.
새알 옹심이는 새알보다 좀 작게 만들어야
끓어서 불어 커져도 새알만해서 맛나게 먹기에 좋다.
으깨어 놓은 호박물을 먹을량만큼만 남비에 덜어서 끓인다.
충분히 끓었으면 새알 옹심이를 넣는다.
옹심이 넣고 끓이는 중에 눌지 않도록 가끔씩 저어준다.
옹심이가 익어서 떠오르면 한소끔 더 끓여서 뜸들인다.
먹을때 설탕을 넣고 잘 저어서 먹으면
참 맛난 단호박죽이다.
감칠맛도 좋고 옹심이도 야들야들 맛나고
호박죽이 깔끔하다.
아주 쉽고 간단하다.
대사님께 배운 호박죽 끓이기다.
대사님은 여기서 다른거 더 들어가는걸 좋아하지 않으신다.
미리 준비해둔 팥이나 콩 호두등은 취향따라 넣어서 끓여 먹으면
금방 기운이 훨씬 넘쳐남을 느끼게 된다.
호박죽을 끓이면서 배우는건
세밀하게 정성을 다해야 제맛나듯
도인의 도닦음도 이와 같이 해야 된다는 것이다.
세밀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는것...
오늘도 바쁘신 대사님
약초따서 준비해 놓으시고
샤삭- 내머리카락들 까맣게 염색 해놓으시고
얼른 승복 갈아입으시고 염불하시고
다시 일복입으시고 개똥치우시고
연탄 보물찾기 해오시고
감달라는놈 사과달라는놈 배달라는놈 족발달라는놈 과자달라는놈
강아지들 식성따라 다 챙기시고 ...
공양 한수저 떠서 입으로 들어가기 참으로 바쁘신 입춘날이셨다.
2013.2.4 하얀눈속 입춘일
관음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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