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3일의 폭설
오후 지나 환한 저녁부터 내리는 엄청난 눈이다.
지금은 밤 10시 반
수북이 쌓인 눈 속에서는 눈이 녹아 내리는 소리도 들린다.
눈가래로 쌓여지는 눈들을 쓸어내는 소리가 저쪽 골목에서도 들려온다.
쓸고 돌아서면 금방 쌓이는 눈.
이런 폭설속에서도 석천대사님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마다 다니고 계신다.
많은 이들이 대사님께 폐박스들을 시주한다.
시주란 꼭 돈이나 쌀같은 좋은것만 시주하는게 아니다.
사람들은 필요치 않아서 버렸을지라도 대사님은 감사히 골목 구석마다에서
소중한 시주물로 거두어 오신는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버려지는 쓰레기로 보지만
대사님은 금이나 다름없이 보신다.
모두 거두어와서 금전으로 바꾸고 그 금전으로 황금도 보석도 다 살 수 있으니
폐지 깡통들은 황금이나 다를바가 없는것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인것이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수북이 눈 쌓인 큰 교회앞 언덕길을
겨우 겨우 힘겹게 고물 리어카 끌고 올라가시는 한 분의 대사님.
그래도 장화를 신고 가셔서 다행이다.
온통 하얀 세상.
눈은 계속 내려 쌓이고...
2월 4일 새벽 2시
먼 길가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처마끝 고드름이 하얀 유리구슬이다.
유리구슬을 타고 눈 녹은 물들이
조르륵 똑똑똑...조르륵 똑똑똑...
재미나게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지붕에 쌓인 눈이 한뼘도 더 높게 쌓였다.
나뭇가지마다 수북수북 더 높게 쌓여가는 눈...
까치 까마귀 새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침에 날아 올 수 있을까?
앉을 곳도 없는데 어쩌나?
무척 배고플텐데...
옆집 할머니는 이 눈속에 어떻게 출근하시려나?
언덕길이 너무 위험할텐데...
리어카를 더 이상 끌 수 없다시며 대사님이 일찍 오셔서
비탈진 언덕길 눈을 가래로 밀고 쓸어내리는 소리가
쏟아붓는 눈을 맞이하며 새벽 허공에 울려 퍼진다.
누군가 벌꿀유자차를 개봉도 않은채 버렸다며 대사님이 가져 오셨다.
내라도 먹어 줘야지..이 귀한것을..
유효기간이 지난것이 문제가 되었나보다.
벌꿀은 오래될수록 약이 된다는걸 몰랐던가 보다.
2000g이라서 양이 많다.
요즘시대는 먹을것이 넘쳐난다.
구하기도 쉽고...허나.. 음식을 쉬이 버리게 되면
다음엔 먹을것이 부족한 곳으로 태어나 고생을 하게된다.
음식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수많은 공을 생각해야 한다.
복은 있을때 아껴야 한다.
2013.2.4
2월 폭설을 바라보며
熙
'어머니의 창작 > 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떡국준비 (2013.02.06.) (0) | 2024.12.22 |
---|---|
입춘날 약초따고 호박죽 끓이기 (2013.02.04.) (0) | 2024.12.22 |
사상누각...도의 기본 (2013.01.30.) (1) | 2024.12.22 |
가난한 이들의 의식주 (2013.01.23.) (0) | 2024.12.22 |
어제는 대한(대한)... 오늘은 비 (2013.01.22.) (0) | 2024.1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