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을 지나 가시던 스님 두분이 계셨습니다
몹시 시장하셨던가 봅니다
때마침
마을 아낙네 한 사람이
점심을 해서 광주리에 잔뜩 담아서 일하는 밭으로 이고 나가는것이 보였습니다
스님 두 분중 어린 시자스님이 점심을 이고 가는 아낙네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저희가 몹시 배가 고프니 밥을 좀 주시오
아낙네는 서슴없이 이고 가던 광주리를 내려 놓더니
밥을 듬뿍 듬뿍 떠서 반찬이랑 챙겨서 드리고
시장치 않게 많이 잡수시라 하는것이었습니다
두분 스님이 맛있게 잘 잡수시고 나자
아낙네는 다시 점심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밭을 향해 걸음을 재촉 했습니다
저 멀리ㅡㅡㅡ쯤 아낙네가 가자
노스님께서 아낙네를 보고 하시는 말씀
가다가 벼락이나 맞고 죽어라
어린 시자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스님 두분은 또 길을 한참 걸어 가다가 참외밭에 다달았습니다
시원한 원두막 아래서 할아버지 한분이
참외를 많이 따서 모으고 있었습니다
이미 참 때도 훨씬 지났고 주위에는 물 한모금 마실 곳이 없었습니다
하여 노스님은 할아버지께
몹시 목이 타니 그 참외 하나만 먹게 해주시오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내면서
아니 이 바쁜 농사철에 중들이 절에서 일은 안하고
뭣하러 할 일 없이 돌아 다니면서 남들 땀 뻘뻘 흘리면서
이 뙤약볕에서 뼈골 빠지게 일해서 수확한 이 귀한 참외를
달라고 하시오?
절대 줄 수가 없소.
하고는 주지 않았습니다
노스님은 할아버지를 향해 공손히 합장을 하고
오래 오래 수명장수 하시오
하시고는 가던길을 향해 떠났습니다
한참 뒤를 따라가던 어린 시자스님이
노스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노스님 우리에게 밥을 준 고마운 아낙에겐
가다가 벼락맞아 죽으라 하시고
목이말라 힘든 때 참외 하나도 안주는 인색한 이에겐
어찌 수명장수하라고 하셨는지요?
노스님께선 허허 웃으시면서
나중에 너 스스로 깨쳐 보거라...고만 하십니다
그 후 세월은 많이 흘러
노스님도 입적하시고
그 때의 어렸던 시자스님도 나이가 많아졌습니다
마침 그 동네를 지나 가게 되어 옛날 노스님과의 추억이 떠 올라
한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때의 아낙은 점심참을 이고 가던길에
갑자기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내리쳐 그 자리에서 맞아 죽었다는 것입니다
젊은 스님은 원두막 참외 밭으로 가 보았습니다
쭈글 쭈글 흉한 모습의 할아버지는
아들 며느리 손자 모두 저승길로 앞 세우고 혼자 남아서
아직도 그 참외 밭에서 죽지 못해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조용히 앉아 선정 삼매에 들어 그 때의 아낙을 찾아 보았습니다
아낙은 큰 대사님께 공양 올린 공덕으로 천상락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석천 대사님께
엿질금 만드는 공장 직원이 물어 왔습니다
내가 유명한데 가서 물어 봤는데
스물일곱이 되면 잘 살 거라고 하는데 정말인지 한번 봐 주시오
뭐 그런걸 알려고 하시오..
그러지 말고 자세히 봐 주시오.
글쎄올시다...내가 봤을 땐..그 나이 되면 죽소.
어디 가서 수명이나 연장 해 달라고 하시오.
에이..내가 이렇게 건강한데 무슨 그런 말을 하오?
그 남자 직원은 대사님께 들은 말을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몇년 뒤 그 남자는 서울 생활을 그만 두고
대구 집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하다가 속 상하는 일이 있어서
스물일곱에 농약을 먹고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대사님 여동생이 옆집 친구의 부탁으로 물어 옵니다
오빠! 친구가 자꾸 물어 봐 달래요
자기는 27세에 잘 된다는데 정말이냐고요?
잘 산다면 됐지 뭘 자꾸 물어 보느냐
그래도 오빠한테 꼭 물어 봐 달래요
그 여자는 그 나이 되면 죽는다
어디 가서 명이나길게 이어 놓으라고 해라
천우 신조의 기회가 와도 어리석으면 놓치고 마는 것이다
이 여자 역시 도움의 기회를 놓치고...잊고 살다가
여동생이 방학동에서 공능동으로 이사를 오자
그 친구도 따라서 옆 가게로 이사 와서 같이 살았는데
27세가 되어 남편과의 사이에 어린 딸 하나 두고
바람난 남편으로 인해 속상해 하다가
방문 고리에 넥타이로 목을 매고 죽은 것이다
여동생네 슈퍼가 바로 옆집이니 아기우는 소리에 갔다가
그걸 다 보았으니 무서워서 여동생이 슈퍼문을 밤늦게 혼자 못 닫겠다고 해서
한달동안 대사님이 같이 문 닫아주러 다니셨다고 한다
어느 비구니 스님이
자신의 노모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노라고...
장례절차를 준비해야 한다고
노모는 72세인데 지금 돌아가시면 안된다고
더 사셔야 한다고...
그러니 대사님께 청하니
우리 불쌍하신 어머니 앞으로 몇년만 더...
딱 10년 만이라도 더 사시게 수명연장해 주십사고
애걸 복걸 난리인것이다
대사님 왈
사람은 때가 되면 죽는게 좋소.
더 살아 봐야 천덕꾸러기만 되오
너무 애통해 하지 말고 그냥 운명하시게 두시오
그래도 어찌나 매달리며 애원하는지
조금만이라도 더 사시게 해달라는것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천덕꾸러기가 되고 힘들어도 절대 나를 원망하지는 마시오
해서 수명을 연장케 된 것이다
그 후
그 스님 딸은 환갑 나이에 노모 보다 먼저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 노모의 아들은 이혼하고 며느리마져 없어지니 돌봐 줄 이도 없고
아들도 다른 딸도 손자들도 모두 소식을 끊고
미아리 성심 병원 수녀님들의 몫으로 돌아가 지금껏 남의 신세에 얹힌
가족 찾는기다림의 신세에서 눈치 뵈는 천덕꾸러기만 된 것이다
사람은
오래 산다고 해서 다 좋을 수도 없고
너무 일찍 젊은 나이에 요절해도 원귀나 요괴가 되어 헤메다가
인간에게든지 여기 저기 붙어서 망령을 부리게 되는것이다
수명을 연장 하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 시할아버지께서는
아 내가 좀 더 살 수는 있겠으나
자식들 꼴을 보니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쯤에서 그만 갈란다
하시고는 시할머니께 가마솥에 목욕물 뎁히라시고
깨끗이 빨아놓은 새옷 가져오라시고
목욕하신후 새옷입으시고 잠시 쉴란다 하시더니
자리에 곱게 누우셔서 주무시는것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점심상을 차려놓고
일어나시라고 깨우니 벌써 저 세상으로 떠나신 후 였습니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살만큼 살다가 시가 되고 때가되면 가는것이 좋은가 봅니다
도닦은 저 도인은
앉아 죽고 서서 죽고
가고 오고 죽고 살기를
자유자재 마음대로 하는구나
꼬장 꼬장 건강해서 아픔도 없고
임종시 다달아 영접해 가니 두려움 없네
세상 사람들이여
늙고 병든몸
후손에게 물려서
고생 천덕 볼품없이 되기 전에
먹고 마시고 춤추며
오고 가는 허송세월 아껴서
건강할때 도닦아서
후손에게 영화로움
큰덕 어른됨이 아니 좋은가
2012.7.15
묘법연화사
관음
熙
합장
건강하시고
복된 삶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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