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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5년

첫눈

by EugeneChoi 2025. 12. 4.

투명한 창 너머로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니, 사실 첫눈은 어제였다.
다만 어제는 쌓이지 않을 눈이었고, 오늘은 얇은 두께로 쌓일 눈이었다.

쌓이는 눈을 보려고 내가 커튼을 펼쳐 놨던가.
창 가까이로 다가가 내리는 눈을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창문이 닫혀 있었는데도 사박사박 눈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고 귀를 방충망 가까이 댔다.
한기와 함께 눈이 쌓이는 소리가 방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이제 겨울이구나.
눈이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맞이하는 스물여섯 번째의 겨울이다.
지금까지의 겨울은 어떻게 살아왔던가.
눈 내리는 우리 동네 풍경
단단히 얼어버린 눈 위로 뿌려진 연탄재
단단하게 굳어 깨지지 않는 연탄재 덩어리들
가장자리부터 얼어가는 계곡물
키 작은 나뭇가지들에 붙어있는 사마귀 알집
겨울잠을 준비하는 개구리들
브랜드가 적혀있지 않은 값싼 외투를 입고 있는 이웃들
항상 춥게 입고 다녔던 엄마.
방이 차가워지기 전에 연탄을 갈았던 엄마.
하얗게 색을 잃은 연탄들을 뒷마당으로 옮기는 나.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던 엄마.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해 좋은 아들이지 못한 나.
이런 나여도 사랑한다고 말해줬던 엄마.

괜히 엄마의 사진을 찾아본다.
눈물을 흘린다.

과거.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되뇌이고 되뇌지만
나조차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 평생 이렇게 살아가겠지.


하얀 눈이 머리에 내린다.
내 머리카락에 걸터앉아 잠깐 숨을 돌리고는 물이 된다.
눈이 내 머리카락에 스며든다.
그렇게 겨울이 내게 스며든다.
내가 겨울이 되어간다.

 

오랜만에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네요.
형도 잘 지내고 있대요.

...아니 사실은,
잘 지내고 있지 않아요.
둘 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네요.

제가 배가 부른 거겠죠.
먹고살 만큼 돈 벌면 성공한 건데
뭐가 힘들다고, 뭐가 슬프다고 이러는 걸까요.

지나가는 구름만 바라봐도
내리쬐는 햇살만 느껴도 슬픈데
그냥, 제가 그런 사람인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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