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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구재

49재 - 오재

by EugeneChoi 2025. 1. 2.

  굳게 닫힌 반지하 원룸 창을 비집고 희미하게 맷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켜져 있던 보일러 때문일까, 작은 방에 두 명이 들어앉아 있던 탓일까, 방 안은 훈기로 가득했다. 침대 위로 청명이가 몸을 던졌다. 이내 몸을 똑바로 돌리고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한다. 침대 바로 옆 바닥에 누워 너는 어둑한 천장을 바라본다. 재잘거리던 맷새들의 대화소리도 끊겼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의 고요한 숨소리만 나지막이 울려 퍼진다. 바닥이 참 따뜻하다. 아무것도 덮지 않아도 몸이 후끈했다. 긴 침묵에 까무룩이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스르륵 눈이 감기던 찰나 청명이가 입을 열었다.

  올해까지만 살려고 했었어.

  너는 놀라지 않았다. 입을 열지 않고서 '했었어'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되짚는다. 겉으로는 힘든 내색 하나 없던 청명이가 그런 무거운 말을 입밖으로 꺼낼 줄은 몰랐다. 아니, 너도 모르는 새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힘든 내색'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삶의 마지막을 정해두고 살아가고 있던 너는 그저 죽음만을 바라보며, 너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힘든 내색 없는 너의 모습에 스스로가 속아버려 청명이 또한 그러리라 예상치 못했을 뿐이었다. 너와 같은 삶을 살아온 누군가의 끝이 너와 비슷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테다. 

  산 속에서 죽고 싶었어.
  시리도록 찬 칼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에.
  예쁜 함박눈 내리는 그 어느 겨울날에.
  
  질소는 쉽게 구할 수 있어.
  술을 마시고 몽롱하게 기분 좋은 상태로 질소를 흡입하는 거야.
  산소마스크처럼 질소마스크를 입에 대고 잠을 자는 거지.

  홀로 조용히 텐트를 쳐.
  그 안에서 사복사복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느끼면서
  폐속으로 퍼지는 질소를 느끼면서
  저산소증으로 점점 의식이 사라지는 그런 죽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편안하게 죽을 수 있으니까.

  물결 하나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숫가도 같은 청명이의 목소리에, 말 사이의 여백이 더욱 공허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의 고요한 숨소리만이 그 공허 속에서 또렷해진다. 막연하게 밧줄이나 연탄불만 생각했던 너는 문득 동생이 너보다 똑똑하다고 느꼈다.

  내가 죽으면 이 세상도 사라지잖아. 
  그 뒤의 세상은, 나에게 없는 세상이잖아.

  너가 알고 있는 것들을, 청명이 또한 전부 알고 있었다. 저명한 글쓴이의 책을 읽지도 않는 동생이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일세,
  꽃 좋고 열매도 많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칠세,
  내가 되어 바다에 이르네.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누가 그랬던가, 고생하는 만큼 성장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환란과 세파 속에서 얼마나 찢어지고 아물고 다시 찔리고 베이고 딱지가 얹혀야 그토록 어린 나이에 이런 것들을 깨달을 수 있는 걸까. 그가 내뱉는 피비린내 나는 상처 가득한 말에 너의 흉터도 다시금 벌어진다. 그 흉터 사이로 흘러나오는 악취나는 옛 추억들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너는 그 누구에게도 느낄 수 없던 동질감을 청명이에게서 느낀다.

  존나 불쌍하게 살다 간 엄마가 우리를 남겼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엄마가 유일하게 우리 삼형제를 남겼어.
  그런 우리들도 존나 불행하게 살면, 그건 엄마의 삶을 더 비참하고 불쌍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많은 말을 해주었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똑같이 살지 말라고.
  더 건강하고 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으라고.
  그게 엄마한테 효도하는 거고 엄마가 바라는 것일 거야.

  앞으로 운동도 열심히 할 거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거야.
  삼형제 결혼하는 걸 보는 게 엄마의 소원이었어.
  셋 다 결혼하고 엄마의 유골을 뿌리자.

  삼형제랑 엄마랑 사는 것이 엄마의 소원이었어.
  큰 집을 사자. 세 가족이 같이 살자.
  오토바이도 놓고 차고지도 만들고.
  그렇게 살자.


  너는 여전히 흐릿하게 밝은 천장을 바라본다. 양쪽 관자놀이를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저런 말을 하면서도 눈물 하나 흘리지 않는 청명이인데, 왜 너는 눈물이 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동생이 더 살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넓고 황량한 우주 속에서 너의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오래도록 곁에 둘 수 있다는 다행감 때문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너가 그토록 찾아다녔던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가진 이가 바로 곁에 있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진심인가.
  진심이야.

  네가 묻고 청명이가 답했다. 하지만 너는 여전히 모른다고 생각한다. 저 입밖으로 나온 말이 단순히 너를 안심시키기 위해 꺼낸 말이었는지, 진심 가득한 마음으로 나온 말이었는지 너는 알 수 없다.
  어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둠이 온 마을을 뒤덮은 겨울밤, 비껴가는 구름들 사이로 쏟아지는 달빛처럼 오히려 그 기억들은 선연해진다. 그것들을 지우려 주변의 모든 기억들까지 칼로 도려내다 보면, 어느새 기억 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너의 기억력이 좋지 않은 걸까, 너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생각하며 어둠 속에서 잠이 들었다.


*
  식사 준비를 마치지도 않았는데 마치 걸신이라도 들린 듯 맥주 한 캔을 칙- 따서 벌컥벌컥 들이킨다.


  오재 때는 염라대왕님이었던가. 

  들릴 듯 말 듯 입속으로 중얼거리고는 빨갛게 잘 익은 대봉시 하나를 꺼내 제기 위에 올려둔다. 두 주먹을 붙인 것보다 더 큼지막한 사과와 배도 잇따라 올린다. 커피포트에 수돗물을 반쯤 채우고 데우기 시작한다. 스테인리스 냄비에 즉석 소고기미역국을 부은 뒤 가스레인지를 켠다. 한소끔 끓인 뒤 신속하게 불을 끈다. 뜨거워진 미역국을 도자기 국그릇에 옮겨 담는다.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이 얄궂게 너의 오른팔로 튀었다. 너는 싱크대 아래로 걸려 있는 마른 행주로 오른팔을 느리게 닦는다. 안에서 밖으로 바늘로 수십 번 찌르는 듯한 뜨거움이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엄마. 배고프지. 같이 밥 먹자. 미역국 먹자. 여기에 소고기도 들어 있어. 엄마 미역국 많이 좋아했잖아.
  참. 오늘은 엄마라고 부를게. 엄마도 아들들에게서 그 단어가 더 듣고 싶을 테니까.


  너는 산부인과 침상 위에서 안간힘을 쓰며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아내는 한 여인을 생각한다. 날카로운 수술칼로 배를 갈라 출산을 하고도 진통주사 하나를 맞지 못해 몇날 며칠 밤을 고통에 절여졌던, 곁에서 미역국 한 그릇 끓여주는 이 없도록 외로운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을.

  우리 낳고도 미역국 먹지 못했다며. 지금 많이 먹자. 나 미역국 많아. 그리고 이거 맛있어.

  중간 사이즈의 즉석밥 하나를 일 분 삼십 초간 전자레인지로 덥힌다. 그 사이에 부엌 찬장에서 얇은 그릇을 하나 꺼내 쌀과자 여남은 개를 담아 상 위로 가져간다.

  과자도 먹자. 이거 안딱딱해. 엄마 딱딱한 거 못 먹었잖아. 술은 맥주로 마시자. 일부러 일본 맥주로 사왔어. 엄마 독한 술은 못 마시니깐. 아, 그리고 여기 대봉시도. 엄마 감 좋아했었지. 엄마, 혹시 진설법 신경 쓰려나? 엄마랑 나랑만 있는 거면 굳이 안 지켜도 될 것 같아서. 

  너는 과일 순서와 반서갱동만 지키고 어동육서 좌포우해 조율이시는 지키지 않았다. 적은 반찬에 상도 좁았다. 혼자서 어설프게 분향강신과 참신을 한다. 이어 초헌을 마치고서 재배를 한다. 너는 사진 속 여인에게서 눈을 떼 허공을 휙 휙 둘러보기 시작한다.

  엄마. 혹시 여기에 있어? 며칠 전에 첫째 이모부한테서 전화가 왔었거든. 엄마가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날고 있을 거라네. 아픈 것도 싹 낫고, 자유롭게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을 거라네. 정말이야? 그럼 혹시 여기에도 있어?
  엄마가 글을 썼었잖아. 우리 삼형제, 발갛게 홍시되어 매달려 있으라고. 언제 따러 와 줄거야. 익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따도 될 것 같아서. 
  제사... 난 잘 모르겠어. 근데, 어설프게라도 해야지. 사람들이 이렇게 하대. 그래서 그냥 따라하는 거야. 이렇게라도 하면 엄마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혹 다른 세계에서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예를 차려서 이 음식들을 올리고, 그렇게 하면 엄마가 더이상 아프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혹시라도 엄마가 저지른 죄가 남아있거나 알지 못하게 지은 악업이 남아있다면, 그래서 명부시왕 일곱대왕들에게 벌을 받아야 한다면, 내가 정성스레 올리는 상차림에 그들이 노여움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고 그래서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너의 눈가에는 이미 온기 가득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상차림을 시작하기 전부터 섧게 울고 있었다. 합문을 하려다 망설이고 말을 잇는다.

  같이 밥 먹자 엄마. 왜 문을 닫아야 해. 그냥 같이 먹자. 다른 조상님들도 오시는 거야? 그분들께서도 흠향하신는 거야? 아 그럼 지켜야지. 나는 엄마만 오는 줄 알았어. 근데, 그래도 나도 같이 먹을 수 있는 거잖아. 나는 엄마랑 같이 밥 먹고 싶은데. 아, 생각해 보니, 엄마도 엄마의 어머니와 아버지랑 같이 밥 먹고 싶겠구나. 응, 알겠어. 그럼 잠시 밖에 나가 있을게.

  너는 잠시 뒤 헛기침을 세 번 한 뒤 개문을 했다. 숭늉과 갱을 바꾸어 올린 다음 수저로 메를 조금씩 세 번 떠서 말아놓고는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젖은 속눈썹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너는 손으로 눈가를 닦지 않는다. 곧 다른 방울들이 연이어 떨어져내릴 것을 아는 것처럼.

  혹시 향이 꺼지면 엄마가 돌아가는 걸까. 아니면, 지방과 축문을 태워야 돌아가는 걸까. 아직 지방과 축문을 태우지는 않았는데. 그럼 같이 있는 거지? 잘 모르겠어. 그러니, 혹시 모르니, 향은 꺼지지 않도록 계속 피워둘게.

  너는 다시 재배를 한 다음 제수를 물리기 시작한다. 

  엄마, 나랑 같이 있자.
  있잖아. 서울에는 지금 눈이 내린대. 여기 수원은 하늘이 참 깨끗한데. 엄마 있는 곳은 어때. 춥거나 덥지는 않아? 아픈 곳은 좀 어떠려나. 송곳으로 안에서 밖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은 어디 갔을까. 이젠 안아픈 거겠지? 아프면 안 될 텐데.

  제기에서 음식들을 내린 뒤 음복하기 시작한다. 향연기는 고이고이 방안으로 퍼진다. 붉은 양초 불꽃은 춤추듯이 일렁인다.
  미역국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 안으로 가져간다. 밥 한 숟가락과 백김치를 억지로 입 안으로 우겨넣는다. 음식을 씹다 말고 이를 꾹 다문다. 유리창에 하얗게 김이 서리듯 너의 눈 앞이 흐려진다. 양초 심지가 기울어져 한 쪽을 빨리 녹인다. 투명하고 뜨거운 촛농이 회색빛 제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너는 점점 배가 불러온다.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꽃향기 가득한 미소 지닌 우리 엄마, 정말 많이 미안해.
  응... 왜 이렇게 밥을 많이 먹냐구. 그냥. 그냥...
  나도 이렇게 밥 많이 먹고 얼른 아파서, 그렇게 빨리 죽어서 엄마 곁으로 가고 싶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더라. 자식 죽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냐고. 관짝에 들어가서도 자식 걱정하는 게 부모인 거라고. 근데 내 생각은 좀 달라. 내가 죽으면 엄마는 처음에 마음 아프고 슬프겠지. 하지만 그 이후로는 내가 계속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잖아. 그게 엄마한테 더 행복할 거잖아. 더 이상 혼자서 슬프지도 고통스럽지도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을 수 있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구. 나같으면... 나같으면 그럴 것 같거든.
  
  사랑하는 이를 혼자 남겨두고 내가 죽는다면. 물론 남겨진 사람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엄마.
  나는 그때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 내가 영국에 있을 때 전화로 나에게 영어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었잖아. 나에게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라며. 그런데 이게 뭐야. 어떻게 이래. 고작 이 개월 만에 의식을 잃는 게 어디 있냐고. 그리고 엄마, 청명이에게 말했다면서.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다고. 엄마 두 눈 실명하고 그 차가운 중환자실에서 아팠을 때, 둘째 언제 오냐고 그랬다면서. 내가 그걸 들었다면 엄마 보러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을 텐데. 얼른 다급하게 돌아왔을 텐데...
  엄마 지금도 그럴 거잖아. 나를 많이 보고 싶을 거잖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으라고 말은 해도, 마음 한 곳으로는 나 많이 보고 싶은 거잖아. 그러니까 나는 알고 있는 거야.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거야.

  차갑게 식어가던 어머니의 볼의 감촉을 너는 기억한다. 나이에 비해 일찍 얼굴에 주름이 새겨진 그 보드라운 얼굴의 감각을 기억한다. 세파와 풍파 속에서 거목으로 성장한 소나무의 나이테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그 고운 얼굴 위의 주름을 너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람이 이렇게 빨리 식는구나. 심장이 멈추고 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얼굴이 왜 이렇게 차가운 거야. 손은 또 왜그래 엄마. 내가 한 시간 전까지 그 부은 오른손 마사지하고 있었는데. 그 손바닥에는 여전히 붉은 핏기가 가득했었는데. 왜 지금은 손이 하얗도록 창백한 거야. 입술은 또 왜 그렇게 도화지처럼 허연거야. 이런 게 어디있어. 의사선생님도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위급하다면서. 그럼 곁에 있게 해줘야지. 이럴 때 중환자실 면회는 정해진 시간 외에는 안된다면서 나가게 하는 게 어디 있냐고. 내 어머니인데. 왜 내어머니 마지막을 내가 지켜주지 못했는데. 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너는 사진 속 여인을 다시 바라본다. 그 사진 위에는, 동생 청명이가 남긴 여러 개의 둥그런 눈물자국들이 아직까지 선명하다.

  빛나는 꽃씨를 많이 모을게. 많이 모아서 가져갈게. 갈바람 솔솔 부는 들녘에서 빛나는 꽃들과 함께 엄마와 행복할 수 있게.

  온갖 고통 악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는 한 걸까. 잡다한 상념과 환란 가득한 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 이쪽 이십 층 높이의 아파트의 옥상일까, 저쪽 멀리 끄트머리로 보이는 더 높은 회사 빌딩의 옥상일까.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 도로가 보이는 곳을 밟고 서 있노라면, 살아갈 용기가 생길 수 있을까. 모든 것들이 연필로 쿡 찍어놓은 점의 크기로 보이는, 저 높다란 곳에 발을 딛고 서 있노라면, 예고 없이 내 속으로 파고들어오는 두려움에, 그렇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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