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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새처럼

by EugeneChoi 2026. 6. 10.

엄마
내가 이상한 것 같아.
누군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자면
나를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길 바라.

오늘만 좀 반말로 할게요.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겠지.
나와 전혀 다른 누군가도,
내가 그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겠지.

그래서 난 그냥 들어줘.
그게 이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해라는 단어를 빌려.

있잖아, 엄마
오늘은 왠지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았어.
아스팔트는 따뜻할 거야.
슬픔 덕분일까, 들이마신 담배 덕분일까.
더운 바람을 맞으며 잠깐을 날다가,

툭.
아니,
퍽.


그렇게 내가 사라지길 바라지?
엄마도 그런 마음이지?

"난 병신 할래"
누가 그렇게 말했어.
근데 그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야.

똑똑하다는 건, 병신인 걸까.

엄마.
엄마 보러 갈까.
오늘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바람은 내 머리칼을 흐트러놔.

엄마.
혹시 내가 꼴 보기 싫으려나.
아들새끼가.
엄마 아픈데 보러 오지도 않고.
그치.

오늘은 하늘이 바다야.
뭉게구름도 바다를 헤엄치고 있어.
저 구름 속 어딘가에 엄마가 있을까.

가끔은 생각해.
내가 그리워하는 엄마는, '내가 바라는 엄마'일까- 하고.
나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을까.

엄마도 힘들었지.
미안해.
전화도 더 많이 하고 맛있는 거 더 많이 사줬어야 했는데.
나는 누구에게도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이런 사람이 누구랑 같이 산다고.
혼자 살다 혼자 죽어야지, 그치.

"엄마는 너희가 건강하고 오래 살길 바랄 거다."
이모들, 이모부들이 그랬어.
근데 아닐 수도 있잖아.
괘씸해가지고.
우리가 너무 미울 수도 있잖아.

역시 죽음뿐인 걸까.

있잖아,
오늘 회사에서 좀 힘들었어.
나한테 뭘 자꾸 맡아서 하래.
하긴 회삿돈 받으면 그정돈 해야지.
근데 그게 싫었어. 너무 싫었어.

나는 생각했어.
'왜 나한테 시키지? 난 능력도 없잖아.
이거라도 챙겨서 하라고? 고과 주려고?
왜? 바라지도 않지만, 이제 와서?
난 그런 거 필요 없는데.

나한테 맡긴 거, 그거 쉬운 거잖아.
다른 애들 시키지.
진급하고 싶어 하는 애들 많잖아.
왜 싫다는 애한테 억지로 자꾸 시켜.
하려는 애들 많잖아.
난 그냥 조용히 잡일만 하겠다고.
그게 나한테 어울리는 처사 아니야?'


'한심한 새끼'
'쟨 왜 저러냐'
'하... 답답하다'
'쟤 좀 이상해'

저들은 나를 보고 분명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렇고말고.

난 병신이니까.

난 왜 내가 사원증을 들고 있는지 모르겠어.
난 이 회사에 어울리는 병신이 아닌데.

엄마
입에서 자꾸 욕이 나와.
아빠 같은 사람이 되기는 싫은데.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렇게 불쌍하게 살 바엔 사라지는 게 낫잖아.

어차피 모두가 날 떠나갈 거야.
내 곁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거야.


좀 미웠던 엄마지만, 그래도 따뜻했잖아.
엄마가 이혼하고 묘연사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많이 다정하고 따뜻하게 변했잖아.
내가 막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항상 부드럽게 말해줬잖아.

나는 그걸 바라는 것 같아.
부드러움을 받고 싶어서 내가 먼저 부드러운 사람이 되려고 했어.
어느 정도는 부드러운 사람이 된 것 같아.
근데 나는 부드러움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그래서 나의 계절이 겨울인 걸까.

좀 미운 엄마.
그래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엄마'라는 단어를 괜히 소리 내어 말해.

엄마
엄마-
엄마~
이 단어는 이상해.
딱 세 번만 소리내어 말하면 누구라도 어린아이가 되어버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게 돼.

절에서 강아지들과 엄마와
더운 햇살 아래서 낮잠을 자고 싶어.
산비둘기 까치 울음소리, 나무에 스치는 바람소리,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참새들,
그런 소리들에 둘러싸여 오래도록 쉬고 싶어.
봉사자들도 오지 말라 그래.
하루쯤이야. 그냥 내가 하면 되잖아.

엄마.
이 편지가 엄마에게 닿을까?
엄마는 어디에 있을까.

엄마.
바람이 나를 부르는 같아.
높은 하늘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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