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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창작/어머니의 묘한 삶, 묘연사

연탄불 갈기 (2012.12.25.)

by Yujin Choi 2024. 12. 20.




연탄불이 활활 잘 타면
방도 뜨겁고 참 좋다.
연탄 한 장을 갈려면
여섯번을 들었다 놓았다 해야 한다.
한장을 여섯번씩 들기를 네 곳 하기면 스물네번에
하루에 네번씩 갈아야 하니까 아흔여섯번이고
중간에 불이 꺼져서 이리 저리 옮겨 붙여 넣는 것은 빼 놓고
뒷 골목 연탄광에서 하루에 스물네장씩 들고 내리면 백스무번이고
들통 그릇에 담느라고 스물네번 들고 해서 백마흔네번 되고
석장씩 여섯번 들고 골목길로 집 안 까지 오니까 백쉰번에
강아지 집 땜에 좁은 곳을 한장씩 다시 들고 난로 옆 까지 옮겨야 하니까
백일흔네번 이고
다 탄 연탄재 담느라 스물네번 집어 들으니 백아흔여덟번이고
석장씩 여섯번을 들고 다시 강아지 집 통과 마당 앞 까지 나가는데 이백네번이고
한장씩 집어서 버리는데 스물네번 해야 하니까 연탄을 이백스물여덟번을
하루에 들고 놓는 일이 된다.

주로 오른팔이 많이 수고를 한다.
연탄트럭은 길거리에 500장씩 내려 놓고 가면 그만이다.
뒷골목 광까지 들여다 쌓을 때는 두손으로 옮긴다.
연탄장수가 광까지 옮겨 주게 되면
한장에 100원씩 더 받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옮겨야 한다.
500장을 2시간 걸려서
길에서 연탄광까지 옮기게 되면 5만원을 벌게 되는 것이다.
한 겨울에 2800장 정도를 더 들고 놓고 하는 것이다.
어쩌다 옆집 할머니께서 연탄을 열 장씩 빌리러 오시면
광에서 연탄을 내리고 담고 옮기고 들고 가고...
연탄 드는 숫자는 더 늘어 난다.
옆집 할머니와 뒷집 아저씨가 연탄불 꺼져서 달은 불 얻으러 오시면
들고 놓는 숫자가 또 늘게 된다

손가락 마디 마다
손목과 팔꿈치 어깨가 다 시큰거리고 아프다.
연탄불이 시간 맞게 골고루 잘 타 주는게 아니다.
날씨 따라  타는게 다르고 틀리다.
연탄재가 차는데 따라서도 타는게 다르다.
연탄난로의 공기구멍 조절하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어쩌다가 연탄불 갈아야 할 시간을 잊어버리면 꺼져서
방도 춥고 일이 힘들고 바쁘게 된다.
잘못하면 수도까지 얼어버리니까
정신 바짝 차려서 연탄불을 잘 갈아야 한다.
우리 강아지들도 밖에서 사느라 고생 하는데
불 꺼지면 큰일이다.

그런데 한가지 너무 마음이 아픈건
이렇게 혹한 강추위 속에서 밤새도록 애써서
대사님 수고하신 값으로 연탄을 사서
힘들게 애써 연탄 갈면서 난로불을 피워 주지만
우리 견공들은 그 따뜻함을 그대로 다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닐로 둘러 싸고 두꺼운 것으로 막았는데도
난로의 따뜻한 불기운은 위로만 올라가지
강아지들이 엎드린 곳은 
스치로폼에 두꺼운 이불들을 깔았어도 공기가 차갑기만 하다.
허술한 집이라 우풍도 엄청 세다.
대사님은 가끔씩 견공들에게 말씀하신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가 너희들한테 잘 못 해줘서 늘 미안하다.
아롱아 너한테도 참 미안타.
너를 옆집으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여기서 그냥 먹고 자면 될 것을...
그놈의 새끼가 뭔지 그걸 못 잊어서 
 그 추운 곳으로 가서 벌벌 거리느냐.
사람이나 짐승이나 새끼를 낳았으면
몸조리를 잘 해야지
저렇게 추운데 그냥 두면
뼈골이 다 망가지니라...하시고는
인정머리 없고 악독하고 못돤 짓 많이 하고
그래도 제 잘났다고 설치다가 죽으면
천하에 쓸모없이
냄새 나고 더럽다고
갖다 버리기 바쁜게 인간들이니라.
살아 있을 때 닦아야지
닦음없이 죽으면  다 저 꼴 되어
어디로 갈지 모르니라.
다시는 저리 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이 혹한 강추위에도 길거리 돌면서
이 고행 함을 뉘 알리오?

연탄불의 따뜻함이 이렇듯 많은 수고를
더하게 한다.
올해는 연탄 때는 집이 더 많다고 한다.
연탄이 따뜻하고 좋지만
독가스는 무섭다.
조금만 맡아도
금방 속이 울렁거리고
머릿골이 딱딱 아프고
위 속이 뒤집어 지는것 같고
막 토하려고 한다.
연탄 때시는 많은 분들의 가정에
날마다
무사 안녕키를
그리고
많이 따뜻하시기를
합장 발원합니다.



2012.12.25   임진 크리스마스날에
묘법연화사에서
관음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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