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쓰다가 버린 걸레다.
더 이상 쓸 수가 없어서 버린 것이다.
공업용 기름때에 찌들리고 온갖 더러운 것은 다 묻고
고약한 냄새까지 배어 들어서 완전히 시커멓게 되어
사용하기 전 깨끗했던 걸레의 본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아무가 지나가다 보게 되더라도 아이고 더러워라. 하고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인양
얼른 코를 막고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말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더 필요치 않아서 버려진 냄새나고 더러워진 걸레 신세가 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약하고 서러움이 북받치는 신세다.
그런 더러운 신세의 버려진 걸레일 망정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해서
밝은 눈에 띄어 우리집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리 집은 걸레가 많이 필요하다.
이곳 저곳에다 두고 강아지들 오줌 똥 닦아 내느라 걸레가 항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니 굳이 새하얗게 깨끗한 걸레가 아니라도 되는 것이다.
새 걸레를 구입하자면 긴 자루에 끼워서 쓰는 것이라
회사마다 가격도 틀리고 마트에 가면 1개당 가격도 비싸고 없으면 회사로
택배비까지 곁들여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남이 쓰다 버리는 것이 있으면 주워다 깨끗이 빨아서 많이 재활용을 하는 것이다.
요즘엔 사람들이 물건을 쉽게 구입하고 쉽게 버린다.
돈을 많이 잘 번다 하더라도 그 돈을 정당하게 많이 벌자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힘든 노력에 피땀 흘리며 등골이 빠지게 더럽고 아니꼬와도 참으면서
사랑하는 내가족이 쉴새없이 날마다 고되게 일해서 벌어오는 그 돈을
걸레 하나 구입하는 데에도 헡으로 쉽게 마구 써 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또 걸레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드는 공은 또 어떠하며
그 비용과 만드는 사람들의 힘든 노력을 생각하면 쉽게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헌데 버려지는 물건들을 보면 멀쩡하니 아직 더 충분히 오래 쓸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버리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물건도...사람도...안타깝다.
경제는 어렵다 하고 살기도 어렵다 한다.
하룻밤 지나고 나면 망해서 문 닫은 가게 점포 상점들이 수두룩 하다.
홧김에 나랏님도 원망하고 이놈의 살기 힘든 세상도 나무래들 본다.
허나 정작 내 자신들의 잘 못 살아가는 생활 방식과 의식구조는
탓할줄도 원망할 줄도 모른다.
겸손히 깨달아서 속히 고치려 할 줄은 더 더욱 모른다.
야무진 손 끝에서 나라 경제는 얼마든지 일으킬 수가 있는데...
개개인들의 씀씀이를 알뜰히 해서 괜찮은 물건은 좀 더 오래 쓰고 새 물건 구입할 돈은
한번 더 생각해서 저축을 해서 가업 일으키는데 보태든지 아니면 다른 생명들 어렵고
배고픈 곳에 베풀어 주면 그 공덕 쌓임은 어떠하며 그 고마움이 오죽하겠는가?
그 음덕으로 후손에까지 길이 길이 복 받을 터인데...
내 새롭고 좋은것 더 써 보자고 탐욕으로 끌어 모아 보지만
내 일신 한 때의 영화로움일 뿐이요
이승을 떠날 땐 집착과 미련의 걸림이며 장애되어 떠나지 못해 후손들에게 남아
생과 사를 구분도 못하면서 나쁜 악영향만 쏟아 부을 것이 아니겠는가?
내 쓸것 다 쓰고 남는 나머지 것.
이젠 필요치 않아서
그러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으로써
남에게 베풀고 줘봐야 공덕이 되지 않는다.
얼마전 TV뉴스에 어느 수행 성직자 한분께서
사후에 시신을 기증하기로 했다며 크게 보도 되고 있었다.
내 일생 쓸것 다 쓰고 죽어서 썩어 문드러져 냄새나고 더러울것.
치워 버리기에도 바쁘고 번거로운 것을 남 주는게 뭐이 그리 대단타고
TV에서 떠들고 야단들이다.
기왕지사 주려거든 싱싱하게 살았을 때 헌혈도 하고
오장 육부도 떼어 주고 팔 다리도 뚝 떼어 주고 눈알도 빼주고 해야
큰 공이 되는 것이지 평생에 다 써 버린 낡고 헤어진 것
남 줘봐야 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 쓰던 것 좀 더 오래 쓰고 새것 살 돈 모아
다른데 유용하게 씀이 더 좋지 않겠는가.
시커먼 걸레를 비누로 빨고 퐁퐁으로 헹구고
또 비누로 빨고 헹구기를 여러 차례.
그래도 기름때는 더글더글...포기하지 않고
계속 여러가지로 빨다가
집에서 양잿물 많이 넣어 만든 빨랫비누와 락스 변기 세척용 등으로
비비고 빨고 담그고 헹구고 하기를 여러 차례를 거듭했다.
드디어 시커멓던 걸레가 새하얗게 변신을 했다.
본래의 깨끗함을 찾은 것이다.
이제는 길거리에 던져 놓아도 버림 받거나 멸시 괄시 당하지 않는다.
얼른 가져다가 안방을 닦고 싶을 만큼 희고 깨끗해진 것이다.
밝은 눈에 띄어 변신 시켜줄 인연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인생의 스승도 은사도 제자가 더 이상 쓸모 없어지면 양심에 가책 없이
쉽게 내동댕이 쳐 버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시커멓게 더럽고 냄새 나도록 썪고 잘못된 제자라도 거두어서
빛나는 걸레처럼 세상 어디에 내 놓아도 부족함 없이 유용하게 쓰여질
보기 좋은 걸출한 성인으로 만들어 주는 스승 참으로 좋은 이도 있다.
인내와 정진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눈밝은 스승 만나 끊임없이 쓸고 닦고 깨고 부수고 두들기고 골라 내고
때론 강력한 세제 적당히 쓰면서 비비고 헹궈내고 하면 되는 것이다.
못할 뿐이지 안할 뿐이지 하면 되는 것이다.
본 모습 잃은 더러웠던 걸레가 반짝 반짝 빛나듯이
누구나 이렇게 젊어서 부터 도를 닦으면
늙을수록 훤히 빛나는
아름다운 인생이 될 것이다.
2012.1.7 (62회 동문)
관음 김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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