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민 선생님이 본가에서 반찬을 가져오셨다.
원래는 안 가져오는데 나 주려고 가져왔다고 하셨다.
고맙네. 누가 나를 위해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콩나물? 숙주? 무침? 이랑 더덕, 고사리 등등.
뚜껑을 열었는데 맛있는 향이 났다.
쌤이랑 같이 먹고 싶다.
근데 난 밥이 없는데. 라면이랑 같이 먹어야 하나.
...
근데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다.
가까워진 사람은 언젠가 멀어진다.
성격의 차이로든, 이별로든, 죽음으로든.
그게 아니더라도 특별한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인간관계는 유통기한이 우유와 같이 짧다.
인간관계에 회의적인 태도가 된 지금,
선생님이랑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가 멀어지게 된다면
선생님에게 큰 상처가 될 텐데.
하지만 그런게 인연 아니겠나.
맺을 인연과 스쳐지나갈 인연.
잡으려 해도 떠나가는 인연, 보내려고 해도 남는 인연.
스쳐지나갈 인연을 잡으려 하면 고달프다.
관계에서는 내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할 일은,
맺을 인연과 스쳐지나갈 인연을 잘 구분하는 것.
혹여나 내가 오해했더라도 그저 받아들이는 것.
...
그렇지만 솔직하게 쌤이랑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쌤은 편하다.
쌤은 다른 여느 한국여자들처럼 꼬여있지 않고 성격이 털털하다.
선물을 주면 잘 받을 줄 알고, 순수하고 밝고 천진난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영을 잘한다(무려 전 국가대표 상비군).
같이 있으면 즐겁다.
쌤 얼굴을 보기만 해도 재밌어서 웃음이 나온다.
(얼굴이 재밌다는 건 아니다)
.
.
.

갑자기 이게 생각나서 주문했다.
옥춘당.
어렸을 때 아빠가 몇 개 줬었는데.
묘연사에 가도 이런 게 많았었다.
스님이랑 엄마가 가끔식 내어주었다.
이게 갑자기 너무 먹고 싶었다.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기라도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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