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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한 조각

어머니

by Yujin Choi 2024. 12. 3.

어머니
지금은 어디쯤 계시나요.
기저귀 없어 천포대기로 삼형제를 감싸주셨던 어머니.
찬 겨울 냉수로 옷가지들을 손빨래하시고
남긴 밥에 불같이 화를 내는 아버지 탓에
삼형제가 배불러 남긴 음식들을 전부 드셨던 우리 어머니.
찬란하게 빛나는 나팔꽃씨를 따모으던 어린 삼형제는
언젠가 엄마와 한집에서 같이 살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찌 삼형제 품으로 돌아오셨을 때는
몸이 그리 무거워 사진만 오셨는지요.
지금쯤 아픈 다리 털어내고 파란 하늘을 훨훨 날고 계시는지요.

어머니
지금은 어디쯤 계시나요.
새벽의 우박이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던 날
방 안에는 묘법연화사 향내가 고이고이 퍼집니다.
진광대왕이 심판한다는 초재일의 밤에
날선 칼로 가득한 산을 혹시라도 오르고 계실까 걱정입니다.
제삿밥을 먹고 또 먹고 울면서 먹었습니다.
배불렀을 우리 어머니 생각하며 또 먹었습니다.
만날 수만 있다면 두 팔 벌려 활짝 안아드리리.
조금만 기다려주오, 내 반드시 어머니 찾아갑니다.
금생에 못다한 효도 행하러 계신곳 찾아갑니다.

사무치도록 그립습니다.


2024.10.27.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둘째 아들 인니, 有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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