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군인 (2018.04~2019.12)
2018.05.07 월요일 (입소 21일차) ★
EugeneChoi
2025. 4. 16. 22:28
입소 21일 차.
음. 기분이 안 좋다. 자고 싶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흐르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싶다. 숨이 끊어져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성격이 이럴까? 왜 남들처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시가 들어오면 쳐내지 못할까? 독에 중독되어 시들시들하다 죽어버리는 나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장벽은 가시를 방어하지 못한다. 쳐내지도, 피하지도, 그 독을 해독하지도 못한다. 슬프다. 아주 밑으로, 보이지 않는 바닷속 심해로, 깊이를 알 수 없는 낭떠러지로 계속 가라앉는 느낌이다.
하지만 익숙하다. 편안하다. 이게 내 모습인 것 같다. 나는 변할 수 없다.
미래가 걱정된다. '나'가 걱정된다. 가슴이 아프고 아리고 무겁고 까만 도화지처럼 새카맣다. 연필심으로 하얀 도화지에 장난을 쳤다. 계속 칠했고 뚫릴 듯하다. 하지만 뚫리지 않는다. 인간 목숨은 생각보다 질기다.
오늘의 한 줄 평 : 사람의 목숨은 생각처럼 쉽게 끊어지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