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마음
요새 마음이 괜찮다.
아프거나 쓰리거나 욱신거리지 않는다.
잠시 동안 내 마음에 봄이 찾아온 걸까.
곡우절이 찾아오면 떠나버리는, 잠시 머무르는 봄인 걸까.
겨울날 차가운 눈을 녹여 다음 겨울까지 우리들의 곁에 머무는
따스한 햇살인 걸까.
친구
찬호.
고등학교 동창이다.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나.
우리가 이렇게 연락하고 지낼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제주도로 와. 너도 회사생활 힘들어하잖아."
그 말 자체로도 고마웠다.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제주도에서 동업자들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찬호.
경제에도 밝아 천성 기업가이다.
나의 혜안은 찬호라는 친구에 비교가 될 수 없다.
"너랑 쌤, OO이형.. 다 가족 같아. 우리들만의 공동체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내가 줄곧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찬호의 머릿속에도 똑같이 존재했다.
신기했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타투
같은 시기에 타기 시작한 바이크
1년 동안의 타지생활(나-영국, 찬호-제주도)
유튜브 채널, 사진 취미
2018년의 태국 여행 등
우리는 비슷한 게 참 많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더 길어질 수 있을까.
우리들의 앞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회사
요근래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강하게 들었다.
인폼을 작성하는 것도, 진행된 작업에 대해서 협력업체에 물어보는 것도
그 어느 것도 의욕이 나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다.
평소에 먹지 않는 초콜릿을 먹으며 군것질을 했다.
내 사무실 책상 위에는 속이 빈 초코파이 포장비닐과 과자비닐만이 기류에 일렁인다.
지금 현재의 나는 '이과'보다는 '문과'에 적합한 것 같기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주와 생물과학을 좋아하고.
어쩌면 그냥 내가 다니는 '삼성전자'라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불만인 것 같다.
그렇다. 배가 불렀다.
배가 좀 뜨뜻하고 먹고살 만하니
그제서야 여러 욕심들이 좀 생기는 건가 보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욕심도 없는데.
그런 것도 같다.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랑 일하기 싫다"
이런 마음인 것 같다.
대기업 직원들의 월급은 상위권에 속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월급이 오르지 않아서 부모님께 효도를 못해요"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아서 치킨을 못 사 먹어요"
"일 년에 이천만 원 모으기도 힘드네요"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말들이다.
그들이, 집과 대기업 사무실만 주야장천 오고 가기만 한 사람들이
제때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만 받아온 노예 같은 사람들이
회사 바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사정을 알기나 할까.
일 년에 오백만 원도 모으지 못하는, 아니, 전혀 저축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는 할까.
무너진 국가안보, 경제현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는 한 걸까.
정말이지, 역하다는 말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나는 욕심이 없다.
물욕도, 명예욕도, 인정욕도, 쓸데없이 참견하고픈 오지랖도 없다.
굳이 있자면 적절하게 균형 잡힌 식욕, 성욕, 수면욕만 있을 뿐이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면서 재산만 취하려고 하는
자신이 보는 세상의 단면이 세상의 전부인 양 떠들어대는
저들이 잘났다고 서로 깔보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책망하는
빈 깡통 같은 머리를 가진 일부 대기업들의 직원들이 역겹다.